[biz칼럼] 나는 책과 함께하는 휴가를 꿈꾼다

입력 2018-07-03 18:43  

책읽기를 밀어낸 디지털 기기
정보는 많아도 지식갈증 못풀어
넓고 깊은 독서로 균형 맞춰야

김영훈 < 대성그룹 회장·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 >



선친(김수근 대성그룹 창업회장)께서는 근면한 독서가셨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에도 늘 책을 가까이에 두었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습관처럼 책을 읽으셨다. 부친의 영향으로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이 필자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듯하다. 즐길 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에 책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 창구였을 뿐만 아니라, 읽는 그 자체가 휴식이자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가장 흔한 취미가 독서였고, 한적한 곳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고의 휴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시대에 뒤처졌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아직 이런 휴가를 꿈꾼다.

인터넷 시대를 지나 지금은 모바일 혁명의 시대다. 이 매체들은 일하는 방식과 생활습관, 인간관계까지 바꿔 놓고 있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공간적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얻는 것이 당연해졌다.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일상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궁금증은 대부분 해소되기 때문이다. 만약 어린 에디슨이 이 시대에 살았다면 직접 달걀을 품는 대신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답을 찾지 않았을까?

4차 산업혁명이니 빅데이터니 하는 새로운 정보의 유통 방식으로 인해 지난 수천 년 동안 최고의 지식 보고였던 책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받고 있다. 어디를 가도 책 읽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휴대용 기기를 통해 전자책을 읽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스마트 기기는 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기에 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책이 일상에서 멀어지는 현상은 통계청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가구당 월 평균 문화·오락비 지출액은 2006년 약 10만원에서 2016년 15만원으로 10년간 50% 늘었다. 반면 도서구입비는 같은 기간 2만1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문화·오락비에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던 도서구입비가 10년간 절반인 10%로 감소한 것이다.

필자도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많은 정보를 얻는다.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와 전문가 견해를 찾아보기도 하고, 가끔은 유튜브 동영상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비해 책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지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터넷에서 찾는 단편적 지식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 또는 갈증이 없지 않다. 여러 장의 손수건이 대형 목욕 수건 한 장을 대신하기 힘들 듯 인터넷에서 찾는 조각 정보들만으로는 마치 세계 전도처럼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책을 대신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때가 많다. 온라인 정보의 속도와 양적 풍부함, 그리고 책이 주는 깊이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면 책 읽을 시간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어른도 그렇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이 책 대신 소셜미디어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현대인들은 스스로가 원시인에 비해 훨씬 똑똑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대인들의 뇌 크기가 2만 년 전에 비해 10%(150㏄) 정도 작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와서 충격을 준 바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수렵·채집시대 사람들이 거친 환경에서 식량을 구하고 맹수나 추위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하다 보니 두뇌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동물들도 가축화되고 나서 뇌의 크기가 줄었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전문적이기는 하지만 매우 세분화된, 단순한 일을 하고 있다. 마치 눈가리개를 쓴 경주마처럼 정면의 목표만을 주시하기를 강요당한다고 하면 너무 극단적인 비유일까? 이런 근시안적인 인간의 모습, 디지털 시대라는 또 다른 눈가리개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폭넓은 책 읽기가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올해는 책의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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